사랑의 역사

윤종신

수줍은 너의 인사는
기나긴 우리 사랑 시작이었지
왠지 모르게 끌렸어
나를 바라보는 너
이미 내 맘 가져버린 뒤

세상은 아름다웠어
하루와 4계절은 너무 짧아서
어디로든 가려 했지
어딜 가던 추억되어 지워지지 않아
그 사랑이란 건

내 전부였었던 사람
내 꿈이었었던 사람
가슴 한가득 너만 있어 늘 푸를 것만 같아서
우리의 약속들이 하나둘씩 늘어갈 땐
널 안았던 내 두 팔은 안 풀릴 듯 꼭 잡은 채
하늘빛은 우릴 향해 무슨 말을 하려는 듯
물끄러미 우리 둘을 비춘다

설렘은 무뎌져가고
자꾸만 구속이라 느껴져가고
가끔 떠올리던 이별
미뤄둔 숙제처럼
그 짧은 하루에 이별을 해낸다

내 전부였었던 사람
내 꿈이었었던 사람
가슴 한가득 너만 있어 늘 푸를 것만 같았던
그날의 다짐 중에서

절대 이별하지 말기를
저 끝까지 함께 가기를
가슴 한가득 부풀었던 약속들이 가득했던
그 시절 계획들은 서로 모른척해주고
널 안았던 내 두 팔은 느슨하게 풀어지고
하늘빛은 우릴 향해 모두 이해한다는 듯
물끄러미 우리 둘을 가른다
물끄러미 우리 둘을 가른다
편안하게 우린 서로를 보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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