상실의 잔향

박지환

어제의 거리를 감추던
눈이 녹아가면
드러나는 기억

구태여 들추어 보면서
말한 적도 없었던
약속을 떠올려

잊어버려야만 했던 우리의
해진 슬픔과 조용한 밤
다시 찾아와

아 끝내 눈을 돌렸던 빈자리엔
해결되지 못한 마음이 엉켜서
이젠 전부 지워 내보려 애써봐도
모든 상실들은 잔향을 남긴 채 살아있어

떠나보내야만 했던 우리의
오래된 꿈과 지난 겨울

아 끝내 눈을 돌렸던 빈자리엔
해결되지 못한 마음이 엉켜서
이젠 전부 지워내려 애를 써봐도
모든 상실들은 잔향을 삼키며 살아있어

너는 마치 떠나보냈기에 살아있단 듯
여전히 남아

아 끝내 눈을 돌렸던 빈자리엔
잊어내지 못한 마음이 엉켜서
더는 애도할 수 없는 밤을 지새우며
모든 상실들의 잔향을 삼키며 살아있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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