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2시
완
긴 하루가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
여긴 끝인 척 하는 시작점이었네
왜 시간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을까
왜 이리 피곤하게 만들어졌을까
어차피 또 화창한 아침은 밝아올거면서
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밤은 올 거면서
저 시곗바늘은 피곤하지도 않을까
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긴 한 걸까
하루의 시작인지 아니면 끝인 건지
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
두 바늘이 서로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
왜 이렇게 난 숨이 가빠올까
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시계를 바라봤어
예상했던 것처럼 잘 돌아가더라고
굳이 내일이란 게 와야만 하는 걸까
오늘 하루만 해도 난 좀 버거웠는데
아침에 비춰오는 햇살마저 어둡게만 보여
모두 잠든 이 밤 아래 내 머릿속만 소란스러워
잠시 한숨 돌리게 해주는 척하더니
12시는 어느새 내게 내일을 준비하래
하루의 시작인지 아니면 끝인지
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
두 바늘이 서로 점점 더 멀어져만 갈수록
왜 이렇게 난 숨이 가빠올까
눈 감았다 뜨면 다가올 내일이란 하루엔
나는 조금 더 웃을 수 있을까
하루의 시작인지 아니면
여기가 어딘지 언젠간 알 수 있을까
이 궤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진 걸까
또 왜 이렇게 숨이 가빠올까