잠 Dreamville
Ye Eun An
평화
말이 없는 어둠이
포근하게 나를 감싸는 그곳으로 도망쳐
깨어있어도 흐릿해
혼탁한 이 세계는 나를 있는 힘껏 망쳐
내 시계는 멈춰있어도
창밖의 구름은 쉴 새 없이 흐른다
비겁하게 숨기만 하는 못난 오늘
남루한 이불을 꼭 쥐고 해를 피해
겨우 찾은 보금자리, 불안한 맘 뉘어 놓고
다독이며 질끈 눈 감아
모든 것을 외면해 봐도
기나긴 생각의 꼬리에 어지러워
아무것도 못 본 척하는 못난 오늘
너저분한 베개를 안고 해를 피해
겨우 찾은 작은 둥지, 텁텁한 맘 뉘여 놓고
다독이며 질끈 눈 감아야만
그래야만 버틸 수 있을 남은 내일
얼만큼 남았는지 모를 지독히도
끔찍할 시간들 틈에 파고들어 누운 채로
언젠가 멈추기를 바라
평화
평화
평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