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 터는 어디에

유정미

시간이 늘어지니 해가 무뎌지고
흥청거리던 거리에는 얼빠진 가로등만 우두커니 서있다
홀연히 걸어나오는 마네킹은 갈 바를 몰라 길모퉁이에 덜컹 앉는다
눈동자에 빠져드는 저 빌딩숲 한 터도 내 것이 아니기에
드러눕지 못하고 애달픈 목소리만 꾹 가둔다
세월은 어디쯤인가 너도 웃고 나도 웃고 싶다
무덤이 저 콘크리트 벽장인가 그날은 일장춘몽
지금 넙죽 눕고 싶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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