습한 날
가니
비가 올듯 말듯 먹구름
내 머리 위엔 벌써 비가 내려
잠시 뒤면 네가 오겠지
하지만 그렇게 좋진 않아
커피잔에 맺힌 물방울
흐릿한 유리창 밖에 보이는
다가오며 웃는 네 모습
하지만 너처럼 웃질 못해
너무 잡고만 싶던 네 손이
오늘은 끈적끈적하기만 해
같이 맞춰 걷던 발걸음이
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해
왜 그런 날 있잖아
괜히 축 처지고
화장도 머리도 내 맘대로 안되는 날
그래서 내 마음도
내 맘대로 안되는 날
그래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
째깍째깍 시계 소리만
우린 왜 마주 앉아있는걸까
잠시 뒤면 헤어지겠지
하지만 그렇게 아쉽진 않아
내 어깨 위에 얹은 네 손이
오늘은 그저 무겁기만 한데
내 귀를 녹이던 네 목소리가
오늘은 하나도 들리지 않아
왜 그런 날 있잖아
괜히 축 처지고
화장도 머리도 내 맘대로 안되는 날
그래서 내 마음도
내 맘대로 안되는 날
그래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
왜 그런 날 있잖아
내 맘을 모르겠고
표정 하나도 맘대로 안되는
그래
그래 너도 그런 날이 있잖아